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 요약내용이다.
3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7월 12일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인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을 때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도록 한 제도다.
가입자 지시 없이 총 6주가 경과하면 자동으로 적용된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면 현재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은 최장 6주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적립금이 사전에 선택한 투자 상품에 자동 투자된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과 호주, 영국 등은 일찌감치 디폴트 옵션을 적용했다.
▷DB·DC·IRP 세 가지 유형
우선 퇴직연금의 유형부터 파악하자.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DB·DC·IRP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하는 시점의 월급(퇴직 직전 3개월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다.
미리 정해진 퇴직급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퇴직금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15년 근무한 A씨의 퇴직 당시 월급이 400만원이라면 퇴직금은 6000만원으로 결정되는 식이다.
회사가 임금 인상률이나 퇴직률, 운용 수익률 등 연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신 근로자(가입자)는 일절 선택권이 없다.
회사가 퇴직금을 전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자기가 어떤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 대부분 DB형일 확률이 높다.
DC형 퇴직연금은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형태다.
회사는 매년 근로자 퇴직운용계좌에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넣어주는 역할만 한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을 통해 퇴직금을 불리는 것은 가입자 몫이다.
투자 성향에 따라 원금 보장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 있다.
IRP는 은행이나 증권·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다.
퇴직이나 이직 등으로 퇴직일시금을 수령한 사람은 IRP를 활용해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가입 기간을 유지, 연장할 수 있다.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가입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수익률이다.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3%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2%로, 전년보다 0.58%포인트 낮아졌다.
▷DC형, 노사 합의 필요…IRP는 즉시 가능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면 현재 DC형과 IRP 가입자의 경우 최장 6주간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적립금이 사전에 선택한 투자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된다.
4주간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디폴트 옵션 운용을 통지하고, 이후 2주가 지나면 디폴트 옵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디폴트 옵션 상품의 투자 한도 역시 100%로 늘어나 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70%로 묶던 제한이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30%까지 무조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디폴트 옵션 상품만으로 계좌 운용이 가능해진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더라도 즉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DC형의 경우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려면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달리, IRP는 가입자가 자유롭게 디폴트 옵션을 지정할 수 있다.
재직 중인 회사가 DB형 제도를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는 디폴트 옵션을 택할 수 없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퇴직연금 가입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회사가 근로자에게 DC형으로 변경할 의사가 있는지 물을 수 있다.
다만, 이는 기업이 퇴직연금 사외예치금을 100% 적립한 경우만 해당한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이나 일부 중견기업 외에는 현실적으로 DC형 변경이 힘들 수 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연봉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20~30대보다 40~50대 직장인들이 디폴트 옵션이 적용되는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보통 20~30대는 임금 인상률이 4~5% 수준이지만 40~50대는 2%대로 뚝 떨어진다.
특히 DB형은 퇴사 직전 평균 임금에 근무연수를 곱하므로 노동조합의 입김이 센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임금 상승률이 높은 20~30대에게는 DB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40~50대라면 임금 인상률이 1~2% 수준에 불과하므로 퇴직을 대비해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한 디폴트 옵션이 적용되는 DC형을 고르는 것이 낫다.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가입자 관점에서 따져볼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어떤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르느냐다.
무엇보다 중장기 수익률이 빼어난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연금은 생애주기에 따라 긴 호흡을 갖고 투자가 이뤄져야 하므로 단기 수익률만 보는 것보다는 종합적인 자산관리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를 골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두 번째는 금융 상품이다.
금융 상품을 고르기에 앞서 먼저 본인 투자 성향에 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안정형 투자자라면 안전자산의 비중을 50~60%가량,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위험자산의 비중을 60~70% 정도 가져가라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단,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되는 금융 상품이므로 무조건 안정 지향적인 상품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 전략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디폴트 옵션에도 원리금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이전처럼 이런 류의 상품을 고집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특히 퇴직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되므로 수익률의 복리 효과가 투자 기간에 비례해 커진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근속기간이 10년인 근로자가 월급여 350만원, 임금 인상률 매년 3%로 향후 20년 근무할 경우, 운용 수익률에 따라 은퇴 시 받는 퇴직연금은 기간별로 큰 차이가 난다.
가령, DC형 운용 수익률이 5%인 경우, DB형과의 차이가 약 6200만원이지만, 7%로 가정하면 격차가 약 1억5000만원으로 2배나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본인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 뒤 안전, 위험자산의 비중을 생애주기별로 구분해 똘똘한 금융 상품을 고르는 것이 필수다.
디폴트 옵션은 크게 장기 투자에 적합한 펀드 상품과 원리금 보장 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눈여겨봐야 할 상품군은 원리금 보장이 아니라 위험자산인 펀드 상품 라인업이다.
펀드 상품은 크게 타깃데이트펀드(TDF), 장기 가치 상승 추구 펀드, MMF, 인프라 펀드 등으로 차려질 예정이다.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기에 맞춰 운용사가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 비중을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직장인이라면 TDF가 속 편한 선택지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 시점)’로 설정하고 연령대별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펀드다.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 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준다는 점이 부각받으며 최근 각광받는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TDF 상품에는 ‘2025’ ‘2035’ ‘2050’ 등의 네 자리 숫자가 붙는데 이것이 해당 상품의 타깃데이트다.
예를 들어 60세에 은퇴할 계획이 있는 1975년생 직장인이라면 목표 시점은 1975에 60을 더한 ‘2035’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높여 자산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가입자는 처음 가입 당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일일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세금 혜택도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
DC형 계좌에 TDF를 담으면 납입금액의 400만원까지 세액공제 16.5%(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초과는 13.2%)를 적용받는다.
IRP 계좌를 활용하면 700만원까지 소득공제 16.5%를 받을 수 있다.
연금 생활자의 경우 매달 100만원 즉, 매년 1200만원 이상 연금을 받으면 연금소득세(3.3~5.5%) 대신 종합소득세(6.6~44%)가 부과된다
.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1200만원을 제외한 연금액을 TDF에 재투자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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