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요약이다.
몽탄, 금돼지식당, 더티트렁크, 말똥도넛, 런던 베이글 뮤지엄, 진저베어, 사심스키야키….
이들 식당을 관통하는 공통 해시태그가 있다. ‘#오픈런’ ‘#웨이팅지옥’ ‘#극악웨이팅’ 등이다.
또 다른 맛집 ‘구찌 오스테리아’처럼 예약 앱을 통해 월 1회 예약을 받는 곳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약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곧바로 한 달 전체 예약이 완료되고는 한다.
맛집 열풍 이유는 뭘까.
‘득템력’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2’에 나온 용어 중 하나다. MZ세대는 일단 작은 사치, SNS 과시에 익숙하다. 또 높은 가격보다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확보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데 거리낌이 없다.
맛집의 파괴력, 영향력이 이렇게 커지면서 산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자본 시장과 손잡으면서 맛집이 점차 진화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K푸드 성공 방정식
▷기존 관념 뒤집는 방식 속속 등장
본점과 가맹점.
한국 맛집이 성공하면 으레 나타나는 방식이다. 음식점이 유명해지면 다른 지역 곳곳에 매장을 낸다. 여기서 더 성장하면 F&B 법인을 설립한다. 일종의 프랜차이즈 기업 형태로 운영을 시작한다.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순히 국내 매장 개수만 늘리는 방식은 ‘구식’으로 평가받는다. 명품 패션 브랜드가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브랜드 가치 유지에 집중하듯, K푸드 매장도 매장 개수보다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음식과 매장을 하나의 콘텐츠처럼 만들어 유행시키거나, 특색 있는 브랜드를 소규모 매장으로 여러 개 운영하는 식이다
▶달라진 성공 방정식 1 :음식을 ‘콘텐츠’화하라
우대갈비, 런던 베이글.
두 음식의 공통점은 2개다. 하나는 국내 음식점이 ‘만들어낸’ 음식이라는 것, 둘째, 요리가 일종의 ‘콘텐츠’처럼 국내 사회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우대갈비는 본래 국내 소 정형 기준으로는 나오지 않는 부위다. 일반적으로 국내 소고기 요릿집은 갈빗살을 하나의 부위로 취급해왔다. 따로 갈빗대를 분리해 만들지 않았다. 조준모 몽탄 대표는 이 관점을 비틀었다. 소갈비 중에서도 크기가 큰 6·7·8번 갈빗대를 뼈째 잘라 ‘우대갈비’라는 새로운 부위를 창조했다.
여기에 조리법도 기존에 보기 힘든 방식을 채택했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의 짚불구이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짚불로 초벌하고 다시 불판에 구워주는 요리법을 도입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고기의 모습과 짚불향 덕분에 몽탄은 유명세를 탔다. 난생 처음 보는 소고기 형태에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고객들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우대갈비가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정육업계도 ‘우대갈비’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현재는 원래 있던 고기 부위로 받아들여질 만큼 자리 잡았다. 인기를 끌지만 매장은 추가로 내지 않는다.
종로구 런던동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런던
종로구 런던동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런던 베이글이라는 생소한 음식을 만들었다. 본래 베이글은 뉴욕을 상징하는 빵이다. 폴란드 등지에서 거주하던 아슈케나짐(동유럽계 유대인)이 먹던 전통 음식으로, 이들이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도 베이글로 유명한 음식점들이 가게 이름에 뉴욕을 강조하는 이유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이런 고정관념을 비틀었다. 누구나 이름을 붙이는 뉴욕 대신 앞에 런던을 붙였다. 런던의 소규모 유대인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브릭 레인’의 감성을 가져왔다. 브릭 레인이 현지에서는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달라진 성공 방정식 2: 핫플 없다면? 만들어라!
기존에는 맛집이 상권을 찾아다녔다. 목이 좋은 곳에 음식점을 차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혔다. 흥행이 보장된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덕분에 성공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이는 장점만큼 문제도 많았다. 상권이 좋을수록 임대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군데 모아 하나의 상권을 살려내는 방식이 주목받는다. 익선·창신동, 대전 소제동을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듣는 글로우서울, 파주를 카페와 도넛 명소로 만든 CIC가 대표적인 예다.
낙후된 서울의 구도심 익선·창신동은 글로우서울 진출 이후 서울의 ‘신상권’으로 떠올랐다. 이미 형성돼 있는 상권에 진출하는 방법 대신 글로우서울은 ‘상권을 만든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글로우서울의 주특기는 익숙한 풍경 속에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전략이다. 서울 익선동 거리를 기획하며 살라댕 방콕, 청수당, 온천집 등 다양한 매장을 열며 없던 상권을 만들었다. 익선동 특유의 옛 정취는 살리되,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가득 채웠다. 창신동 상권에는 도넛정수를 비롯한 힙한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해발 120m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임에도, 2030세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는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왕일 대표가 이끄는 CIC는 파주를 카페와 도넛의 명소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디스플레이 공장, 군사 도시 이미지가 강하던 파주는 세련된 대형 카페가 몰려 있는 도시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CIC가 파주에 만든 명소 ‘더티트렁크’와 ‘말똥도넛’ 덕분이다. 두 브랜드 모두 ‘교외 지역’이라는 파주의 특성을 활용했다. 땅값이 싸다는 점을 활용해 매장을 크게 지었다. 더티트렁크는 아시아 3대 디자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화려한 인테리어와 압도적인 매장 크기가 특징이다. 말똥도넛은 테마파크 느낌 외관을 내세워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주목을 받았다. 차를 타고 온 소비자들이 ‘놀러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화려하게 꾸몄다. 김왕일 CIC 대표는 “브랜드를 공간에 맞추는 대신, 공간에 맞는 참신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성공 방정식 3: 높아진 한식 위상, 해외부터 도전
본촌치킨, 유타컵밥.
한국인이라면 다소 생소하게 들릴 브랜드다. 두 곳 모두 국내에 매장이 없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없지만 해외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기가 상당하다.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이용, 해외부터 집중 공략한 결과다.
본촌치킨의 주 무대는 미국이다. 국내에는 부산 소스공장만 있다. 직영 매장은 미국에 있으며,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는 마스터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진출해 있다. 판매하는 소스가 주 수익원으로, 매출액의 40%를 차지한다. 프랜차이즈 로열티 수입도 수익의 큰 축이다. 지난해 로열티 수입만으로 140억원대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유타컵밥은 송정훈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브랜드다.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현재는 미국에 36개 매장을 거느린 브랜드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지 업체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진출했다. 현재 109개의 매장이 있다. 괴짜 억만장자이자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로 유명한 마크 큐반이 투자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자본 시장이 주목하는 ‘K맛집’
▷투자 대상이자 부동산 개발 파트너
사모펀드 등 전문 투자 회사가 직접 투자하는가 하면 부동산 개발·시행 사업에 맛집을 끌어들이는 전문 부동산 투자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본 시장에서는 본촌치킨(회사명 본촌인터내셔날) 경영권을 가져온 VIG파트너스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VIG는 2018년 본촌 지분 55%(당시 약 1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수했다. 이후 미국, 태국, 베트남 등에서 계속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올해 6월 말 기준 본촌치킨은 미국 21개주에 118개 매장, 그 밖에 해외 매장은 390개로 훌쩍 키웠다. 2025년에는 미국에서 상장(IPO)도 염두에 둘 정도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본촌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부, 서부는 물론이고, 미네소타, 콜로라도 등에서도 현지인 반응이 뜨겁다.
그 밖에도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노랑통닭, 호치킨, 또봉이통닭, 부어치킨 등 중소형 치킨 브랜드의 M&A가 이뤄졌다. 할리스커피, 투썸플레이스, 공차코리아, 커피빈 등 커피 브랜드들도 주인이 바뀌는 등 변동이 많았다. 최근에는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역전할머니맥주로 유명한 역전에프앤씨 지분 100%를 1000억원대 초반 가격에 인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서도 ‘귀한 몸’
▷시너지타워 맛집타운 개발로 광주서 대박
부동산 투자업계에도 ‘맛집 유치가 황금알’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선봉장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 시너지타워가 업계에서 가장 화제다. 시너지타워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쌍암동 일대 맛집타운 개발로 크게 주목받았다. 애초 이 지역은 광주광역시에서도 변방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시너지타워가 3000여평 내외에 땅에 ‘더 시너지 첨단’ ‘포플레이’ ‘보이저첨단’ 등의 건물을 세우고 서울에서도 힙한 맛집 등을 유치(분양)해 지금은 광주시 최고 상권으로 떠올랐다. 개발 초기만 해도 주변 지역 평당 땅값은 600만원대였는데 3년 만인 지금은 3000만원대로 껑충 뛰면서 분양받은 맛집 사장들도 자본 이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비인기 상권도 맛집이 부동산 가치를 높이다 보니 요즘은 ‘귀한 몸’ 대접이다. 강남역 뒷골목 비인기 상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당시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사이 뒷길 주택가 땅값은 평당 4000만원대였다. 그런데 2030 여성들이 선호하는 한식 주점 ‘무월’이 들어와 줄 세우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젊은 층 왕래가 많아지자 서서히 주변 부동산 시세도 오르기 시작했다. 무월 외에도 여러 식당이 점차 거리에 속속 들어오면서 상권이 활성화되자 지금은 주변 부동산 시세가 평당 1억원 후반대를 호가한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도 글로우서울이 디저트 카페 ‘청수당’, 일식당 ‘송암여관’, 샤부샤부 식당 ‘온천집’ 등으로 맛집 타운을 조성한 이후 땅값이 3배 이상 뛰었다.
요즘 유행하는 부동산 조각 투자도 ‘맛집’이 들어가야 흥행이 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자산가가 유명 맛집을 유치하는 이유는 임대수익률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가진 IP 가치를 자산을 반영시키려는 데 있다. 따라서 낮은 수익률에도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건물 가치는 자연스레 대폭 올라가서
맛집 산업화하려면
▷장사 말고 사업을 해야
물론 맛집이 산업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가장 큰 어려움으로 떠오르는 것이 구인난이다. 맛집을 전국화하려 해도 사람 뽑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경우 월 8회 휴무 보장, 8시간 근무(휴게시간 60분, 주휴수당 제공) 등의 조건에 월급여 250만원(4대보험 적용, 인센티브 별도) 등 업계 최고 조건을 내걸어도 지원자가 제한적이라는 후문.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시급을 1만4000원으로 책정해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맛집 회사 입장에서는 현지 인력 시장, 한국과 다른 계약 관계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주먹구구식 경영을 극복하는 것도 필수다. 요식업계 종사자 중 일부는 ‘법인 자산은 내 자산’이라고 착각, 최고급 수입차를 리스로 뽑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회삿돈을 함부로 현금화하다가 조세당국에 철퇴를 맡기도 한다.
IB(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실사 과정에서 친인척 명의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인 회사가 적잖아 투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업이 아니라 장사’를 해왔던 사장들이 많아 인수 협상이 결렬되는 사례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 둔화 조짐도 변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인상, 경기 둔화) 조짐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맛집’ 이름만 내걸고 무리하게 국내외로 확장하려다가 현금흐름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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