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374호 기사 요약 내용이다.
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기업마다 판매하지 못하고 쌓인 재고가 넘쳐난다. 기업은 빨리 재고를 소진해야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다. 기업으로부터 재고를 매입해 판매가를 낮추고 재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재고 전문 쇼핑몰 ‘리씽크’ 얘기다.
리씽크는 설립한 지 이제 갓 1년이 넘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씽크 매출은 지난해 약 100억원이었지만, 올해 9월 230억원을 넘어섰다. 거래 건수는 2만 건, 회원 수는 11만2300명(2020년 10월 기준)으로 늘었다.
‘이코노미조선’은 11월 13일 김중우 리씽크 대표를 서울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창업 멤버로 가전 전문 리퍼브(refurbished·반품·전시 제품을 손질한 상품) 업체 ‘AJ전시몰’에서 대표이사를 지냈고, 재고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리씽크를 설립했다.
‘재고 유통 판매’사업을 하게 된 배경은.
“2018년 AJ전시몰에서 재고를 처분하려고 했을 당시,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이 많았다. 주로 중소·중견기업이었다. 대기업의 경우 팔지 못한 재고를 제3국 수출, 직원 대상 할인 판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진하는데 중소기업은 재고 처분이 쉽지 않았다. "
창업 당시 재고 판매 기업은 별로 없었나.
“많지 않았다. 있어도 규모가 너무 작거나 판매망 등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고, 애프터서비스(AS)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 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 자산이 사상 최대치(약 99조9000억원)였을 정도로 재고 시장의 성장 가치는 충분하지만, 플레이어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주로 판매하는 제품은 제조업 재고인가.
“판매 제품은 정보기술(IT) 기기, 가전, 가구, 해외 명품, 식품 등 다양하다. 노트북 등 IT 기기와 TV 등 가전제품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고나라 창업 멤버로 활동했다. 중고와 재고 시장의 차이점이 있다면.
“중고 시장은 개인이 사용했던 상품을 소비자 간 직접 거래하는 곳이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이 대표적인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이다. 반면 재고 시장은 ‘기업의 중고 시장’이다. 기업이 팔지 못한 재고를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리씽크는 한발 나아가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이 팔지 못한 재고를 또 다른 기업에 연결한다’는 B2B 구조가 흥미롭다.
“지난해 9월 미국 재고 매입 회사 ‘액티브 인터내셔널’과 재고 공유 파트너십을 맺어 올해 3월 화장품 기업 ‘미샤’의 재고를 일본에 판매하는 계약을 했다. "
리씽크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경영 전략이 있다면.
“저가격과 고품질이다. 재고 확보→검수→보관→판매로 이어지는 각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계획했다. 재고를 확보할 때 부피가 작고 보관이 중요한 상품은 자체 물류 창고에 보관하지만, 부피가 크고 운송비가 많이 들어가는 상품은 공급 업체 창고에 보관해 비용을 줄인다. 검수 과정에서 매입 시와 출고 시 이중 검수는 기본이고, 리퍼브 상품의 경우 16가지 항목으로 나눠 꼼꼼하게 검수해 품질에 신경 쓴다. 판매 과정에선 단순히 재고를 사와 파는 것이 아니라, 재고를 보유한 기업과 해당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논의·분석해 이에 맞는 재고 판매 계획을 컨설팅한다.”
기업들과 협업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피드다. 재고 제로(0)는 모든 기업의 목표지만,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재고를 아예 만들지 않기보다는, 있는 재고를 빠르게 팔아서 현금 창출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 기업의 경우 재고를 ‘악성 재고’라고 생각해 숨기려고만 한다. 판매하려고 해도 마땅한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결국 폐기한다. 재고는 빠르게 현금화돼 기업의 동력이 돼야 하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골든 타임은 지나간다. 그런 기업들이 재고 판매를 쉽게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국내 기업들은 왜 재고에 유독 부정적인가.
“문화의 차이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은 재고를 어떻게든 빨리 소진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규모 오프라인 회사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아마존에 재고를 필사적으로 올린다. 이들은 인구가 많아서 재고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고 시장과 판로가 잘 형성됐다. 그러나 우리를 비롯한 동양권 국가들은 재고를 브랜드 가치 하락의 상징으로 본다. 재고가 잘 팔리면 신제품이 나가지 않으니까 그냥 쥐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재고 시장을 전망한다면.
“재고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뀔 것이다. 재고는 어딘가 문제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리씽크가 판매하는 재고 상품의 AS 비율은 2.16%로, 일반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보다 현저히 낮다. 앞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재고 시장을, 신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는 일반 시장을 찾는 등 재고 시장이 차지하는 시장 위치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재고 시장의 ‘아마존’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